본문 바로가기
MIPOX연구소

페로브스카이트와 황동광(CIGS) ─ '경쟁'이 아닌 '보완'의 관계로 읽어내다

by songdesu 2026. 6. 19.

승패가 아닌 역할 분담의 관점으로 보는 차세대 태양전지

머리말

차세대 태양전지 관련 이슈에서 거의 항상 세트로 등장하는 두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와 '황동광(Chalcopyrite, 실무적으로는 CIS/CIGS)'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둘은 누가 더 우수한지 겨루는 라이벌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가장 잘 흡수하는 빛의 파장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상부 셀(Top cell)'에 배치하고 CIGS를 '하부 셀(Bottom cell)'에 겹쳐서 적층하는 '탠덤(Tandem, 다중 접합)' 구조일 때 비로소 완벽한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습니다.

제조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기술 트렌드를 좇다 보면, 신소재가 등장할 때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라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이 두 소재만큼은 승패가 아닌 '역할 분담'으로 이해하는 편이, 기술의 현재 위치와 양산화의 한계를 훨씬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목차

  1. 애초에 '광물(광석)의 이름'이 아니다
  2. 빛을 흡수하는 메커니즘의 결정적 차이
  3. 변환 효율의 현주소 ─ 탠덤 구조는 이미 30% 초과
  4. 양산의 성숙도 측면에서는 CIGS가 몇 걸음 앞서 있다
  5. 내구성과 환경 부하 ─ "친환경"이라는 말로 단순화할 수 없는 이유
  6. 핵심 요약 (마치며)

1. 애초에 '광물(광석)의 이름'이 아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태양전지에 쓰이는 페로브스카이트나 황동광(칼코파이라이트)은 천연 광물 그 자체를 그대로 캐내어 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태양전지 분야에서 일컫는 '페로브스카이트'란 특정 천연 광물이 아니라 "해당 광물의 결정 구조를 모방하여 만든 화합물 그룹"을 뜻하며, 상용 태양전지 용도로는 주로 '금속 할라이드(Halide) 페로브스카이트'가 쓰입니다. 황동광 쪽도 마찬가지로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는 "CIS계, CIGS계, 칼코파이라이트계라고 불리긴 하지만, 실제 황동광 CuFeS₂ 광석 자체를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회티탄석의 일종", "황동광의 일종"이라는 표현은 광물 자체가 아니라 '결정 구조 패밀리'를 뜻하는 용어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실제로 태양전지에 도포되는 것은, 페로브스카이트 측은 유기 이온·금속·할로겐을 배합한 화합물이며, 황동광 측은 Cu(In,Ga)Se₂를 중심으로 하는 CIGS, 또는 갈륨(Ga)을 뺀 CIS 화합물입니다.

 

발전층(광흡수층)의 박막 두께 비교

페로브스카이트: 1µm미만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이하 수준)

CIGS (황동광계): 2~4µm (페로브스카이트보다는 약간 두꺼움)

2. 빛을 흡수하는 메커니즘의 결정적 차이

이 두 화합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느 파장 대역의 빛을 잘 흡수하는가'에 있습니다.

2026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에너지 변환 효율 30%를 돌파한 모노리식(Monolithic, 단일 기판 위 직렬연결)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셀의 경우, 상부의 페로브스카이트가 1.67eV, 하부의 CIGS가1.01eV의 밴드갭(Bandgap)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흡수 가능한 빛의 파장으로 환산해 보면, 상부 셀의 흡수 한계점은 약 1.01eV, 하부 셀은 약 1,228nm입니다.

즉,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광 스펙트럼 중 가시광선을 주로 담당하고, CIGS는 적색 끝자락에서부터 근적외선 대역까지를 도맡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가시광선은 페로브스카이트가 먹고, 적외선은 CIGS가 먹는다"라는 업계의 구분법에는 명백한 물리적 근거가 있습니다.

[역할 분담의 핵심 포인트: 빛의 파장 대역]

🔵 페로브스카이트 (상부 셀): 단파장의 '가시광선' 영역을 집중 흡수·변환

🔴 CIGS (하부 셀): 장파장의 '적색단 ~ 근적외선' 영역을 집중 흡수·변환

3. 변환 효율의 현주소 ─ 탠덤 구조는 이미 30% 초과

각 물질의 변환 효율에 대한 현주소를 직시해 보겠습니다.

[태양전지 변환 효율 현황 (2026년 기준)]

  • ① 단일 접합 페로브스카이트: 소면적 셀에서 26% 초과 (아직 대량 양산 단계 미달)
  • ② 단일 접합 CIGS: 공식 인증 효율 23.64% 달성 (웁살라 대학 × First Solar)
  • ③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0.51cm²에서 28.04%, 0.15cm²소형 셀에서 30.71% 달성 (외부 기관 교차 검증 시 30.1%)

제조업 관점에서의 첨언

연구소 단위의 아주 조그만 소면적 셀에서 뽑아낸 '최고 효율(챔피언 데이터)'과, 공장에서 찍어낸 대면적 모듈의 '실효 효율'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연구실 데이터가 곧장 양산품의 스펙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면 기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4. 양산의 성숙도 측면에서는 CIGS가 몇 걸음 앞서 있다

대량 양산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 CIGS계(황동광)가 페로브스카이트보다 한 걸음이 아니라 무려 몇 걸음은 더 앞서 있습니다.

  • CIGS (확실한 양산 레퍼런스 보유):
  • 동시 증발법(Co-evaporation), 2단계 반응법 등 대면적 양산 공정이 이미 확립됨. 25년 출력 보증 체계 보유. 심지어 우주용 CIGS는 저궤도 가혹 환경에서 9년간 안정적인 출력을 유지한 실적도 있음.
  • 페로브스카이트 (양산화 한계 돌파 중):
  • 내구성, 스케일업(면적 확대) 시의 효율 저하, 제조 수율의 안정화가 아직 풀어야 할 과제. 다만 상용 탠덤 모듈의 첫 출하가 발표되었고, 2030년경 GW(기가와트)급 대규모 양산 라인 가동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가 진행 중임.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공정의 친화성(호환성)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나 CIGS 모두 기판 위에 얇게 '박막(Thin-film)을 증착'하고, 투명 전극을 올리며, 레이저 스크라이빙(Scribing)으로 셀을 분할한 뒤 밀봉(Encapsulation)하여 모듈화한다는 제조 흐름이 매우 유사합니다.

즉, 오랜 세월 CIGS 양산에서 축적된 "박막 증착, 배선, 패키징, 롤투롤(R2R) 연속 생산, 품질 관리 노하우"가 페로브스카이트 공장으로 그대로 이식될(횡전개)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소재 자체가 아니라 '제조 인프라와 공정 노하우의 전이' ─ 바로 여기에 산업의 끈끈한 연속성이 숨어 있습니다.

5. 내구성과 환경 부하 ─ "친환경"이라는 말로 단순화할 수 없는 이유

수명과 내구성 면에서는 현재 CIGS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우주 환경 실적이 이를 대변합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글로벌 연구 기관들이 입을 모아 '장기 내구성 한계(수분 및 열 취약성)'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환경 부하 관점: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 에너지 페이백 타임 (투자된 에너지를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 CIGS: 약 1년 (기존 폴리실리콘의 절반 수준)
  • 올-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약 0.35년 (압도적으로 짧음)
  • 각각이 안고 있는 딜레마:
  • 페로브스카이트: 핵심 성분인 '납(Pb)'의 누출 우려 및 열화로 인한 장기 안정성 확보 곤란.
  • CIGS: 인듐(In), 갈륨(Ga) 등 희소 금속의 공급 한계, 카드뮴(CdS) 버퍼층 사용 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하는 흔한 소재로 만든다"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홍보 문구는 적어도 CIGS와 비교해 보면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납, 카드뮴, 희소 금속의 사용과 최종 모듈의 리사이클(재활용) 설계까지 전부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비로소 진짜 환경 부하를 논할 수 있습니다.

6. 핵심 요약 (마치며)

차세대 태양전지를 이끄는 이 두 소재의 핵심을 단 한 줄로 요약해 봅니다.

🔵 페로브스카이트: 상부 셀(Top)을 담당할 고효율·고전압의 '신흥 강자'

🔴 CIGS (황동광): 하부 셀(Bottom)을 든든히 받칠 근적외선 흡수·뛰어난 내구성의 '양산 베테랑'

CIGS가 그동안 척박한 토양에서 일궈놓은 박막 양산의 거대한 산업 인프라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고효율의 폭발적인 성장성을 덧씌운다.

기존의 무거운 실리콘(Si) 태양전지가 결코 진입할 수 없는 '초경량·플렉시블'이라는 거대한 신시장을, 이 두 소재의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장악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차세대 태양전지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의 가장 현실적이고 명확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단순히 "둘 중 누가 이길까"라는 도박판의 시선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 둘을 어떻게 완벽하게 조합(Tandem)할 것인가"라는 공학적 시선으로 볼 것인가. 제조 현장의 엔지니어와 경영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되는 통찰은 언제나 후자일 것입니다.